음치의 ‘보컬 학원 1개월 생존기’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.
음치의 ‘보컬 학원 1개월 생존기’
음치의 ‘보컬 학원 1개월 생존기’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.
“음정? 박자? 몰라도 괜찮아, 노래는 내 감정이니까!”
노래방조차 두려웠던 나, 보컬 학원을 등록하다
나는 어릴 적부터 누군가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걸 공포에 가깝게 느꼈다.
음정이탈, 박자놓침, 갑자기 튀어나오는 목소리.
노래방에 가면 대부분의 친구들이 마이크를 뽑을 때 나는 화장실로 피하거나 리모컨을 잡는 걸로 내 존재감을 지켰다.
한마디로, ‘노래 못하는 사람’의 전형적인 피지컬이자 멘탈을 모두 갖춘 사람이었다.
그런 내가 어느 날 보컬 학원을 검색하고 있었다.
이유는 단순하다.
“적어도 부끄럽지 않게 한 곡 정도는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”는 바람.
더 솔직히 말하면, 어느 회식 자리에서 마이크를 억지로 넘겨받고 멘붕 상태로 노래를 부른 흑역사 이후였다.
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.
학원 등록은 의외로 쉬웠다. 상담 선생님은 “음정 못 맞추는 사람 정말 많아요. 괜찮아요”라며 웃었다.
그 말 한마디에 조금 용기가 났다.
그리고, 일주일에 두 번. 총 8회의 레슨이 시작됐다.
첫 수업부터 나는 '음치 인증'을 했다
첫 레슨. 선생님은 나에게 “자, 노래 하나 불러볼까요?”라고 말했다.
“지금이요?”
“네, 뭐 편하신 걸로요.”
‘편한 거’란 단어가 이렇게 잔인하게 들린 적은 없었다.
나는 용기를 내어 이승기의 ‘삭제’를 불렀다.
그리고 1절을 채 부르기 전에,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웃으며 말했다.
“어… 혹시 본인이 음정이 다 벗어난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?”
“네… 알고는 있어요…”
그때 선생님은 정말 친절하고 현실적으로 말씀해주셨다.
"좋아요, 우리 이 한 달 동안 음정을 맞추는 게 목적이 아니라, 목소리를 제대로 내고, 박자에 몸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보죠."
이 말은 나에게 구원의 손길 같았다.
그날 배운 건 “배에서 소리 내는 법”이었다.
나는 목으로만 노래하는 줄 알았는데, 소리는 정말 ‘배’에서 시작된다고 했다.
“배에 힘 주세요!”
“그렇게 쪼면 안 돼요
”
“턱 힘 빼고
릴렉스!”
온몸이 긴장한 채로 노래를 부르던 나는, 그날 처음으로 “소리를 낸다”는 감각을 알게 됐다.
박자 감각은 여전히 없었고, 음정은 미아였지만
“그래도 목소리가 좋아졌어요”라는 말을 듣고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.
음치도 ‘노래하는 사람’이 될 수 있다
수업을 거듭하면서, 내 발성은 조금씩 안정됐다.
처음엔 1분 노래 부르면 목이 아팠는데, 3주쯤 되니 한 곡을 완창할 수 있게 됐다.
여전히 음정은 흔들렸고, 박자는 선생님 도움 없이는 헷갈렸다.
그렇지만, 나는 내 목소리를 점점 좋아하게 되었다.
가장 기억에 남는 건 네 번째 수업에서 선생님이 말했다.
“노래는 결국 감정이에요. 음정이 다 맞아도, 감정이 없으면 듣기 힘들어요.
반대로 조금 틀려도, 진심이 느껴지면 듣는 사람은 감동받아요.”
그 말 이후부터는 ‘틀리지 않겠다’는 강박보다
“나만의 느낌대로,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듯이 노래하자”는 생각이 들었다.
오히려 그때부터 내 목소리는 더 안정적이 되고,
몇몇 음에서는 자연스럽게 감정이 실렸다.
그리고 마지막 수업 날, 처음보다 훨씬 나아진 상태로 ‘삭제’를 다시 불렀다.
완벽하진 않았지만, 나는 미소 지으며 마이크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.
선생님은 “한 달 만에 정말 많이 발전하셨어요. 계속 하시면 더 좋아질 거예요”라고 말했다.
그날 이후 나는 노래방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.
아직도 엄청 잘 부르는 건 아니지만,
이젠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고, 무엇보다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.
마치며: "잘하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것이 먼저였다"
보컬 학원 한 달은 나에게 “자기 표현의 자유”를 회복한 시간이었다.
음치여도, 박자를 못 맞춰도, 목소리가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.
노래는 내 감정을 꺼내는 방법 중 하나일 뿐, 누군가의 평가를 위해 부르는 게 아니었다.
혹시 당신도
노래방 마이크를 쥘 때마다 식은땀이 나고,
사람들이 듣기 전에 먼저 사과부터 하는 사람이라면,
나처럼 보컬 학원을 한번 다녀보길 진심으로 추천한다.
1개월이면 충분히 바뀐다.
노래는 결국, 기술이 아니라 용기에서 시작되니까.